0906 러시아 - Glazov에서의 한 나절 후 또다시 TSR + Europe

2009년 러시아.
TSR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고 32시간 왕복 중.

기차 타고 32시간 왕복이라는 건 단순히 기차를 오래 탄다는 게 아니다.
그건 마치 비행시간 11시간, 이라고 할 때 실제로는 집에서 나와서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거의 하루가 꼬박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ㅠ.ㅜ

완전히 캄캄하게 어두워지지도 않는 밤.
불편한 자리에 무시무시한 진동에 거의 잠을 못 자고 뒤척이기만 하다가
새벽이 밝았다.  에라잇 일이나 하자. --;
창 밖으로는 여전히 이런 풍경들이 가끔 지나가는 거다.
동행한 러시아人들은 말짱히 잘 잔 모습으로 나타났다.
아침 먹으러 식당칸에 가자고 불러서 같이 갔더니
다행히 충분히 가열한 것으로 추측되는 음식이 나왔다.
감자와 토마토 그리고 달걀 하나를 깨어 얹은 (보기보다 부실한) 프리타타.

현지 시설에 들어간 이후로는 카메라를 빼앗긴 관계로..
점심식사의 기록이 없다..--; 아.. 펠미니 먹었는데.. 그거 찍었어야 되는데.

긴 회의와 시설 투어를 마치고 저녁식사 장소 (시내의 유일한 호텔)로 가는 길.
웬 길다랗고 삭막한 담벼락 맞은편에 차를 세우길래.. 이거 뭔가 싶었는데
믿으실지 모르지만 이게 지방특산물 보드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샵이다.

예로부터 물 좋은 동네가 술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 동네도 그렇다고.
독일식 증류시설에서 만든 Kalishnikov 라는 보드카가 특산품이다.
나는 보드카 맛을 잘 몰라서 그냥 제일 좋은 걸로 한 병만 샀는데
같이 온 모스크바 인들은 이거 구하기 힘들다며 기뻐하며 차상위급으로 다섯병씩을 사갔다 ;;

이런 작은 마을에는 아직도 구 소비에트 연방의 자취가 이렇게 곳곳에 남아있다.
현장 투어할 때도 그 어마어마한 공장 넓이며, 러시아말 몰라도 대략 알아볼 법한 살벌한 벽화들 하며..

일찍 일을 마치고 오후 햇살 속에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행복해 보였다.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 전, 점심과 똑같은 소박한 호텔의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점심때와 똑같은 구성의 샐러드. 근데 야채 써는 방법을 조금 다르게 했군요 ㅎㅎ
드레싱은 당연히 마요네즈 입니다.  여기 마요네즈 맛있었음.
일단 물이 부족한 기차가 아니고, 호텔이니까 좀 깔끔하게 만들었을 거라는 신뢰가.. ;
Oleg 가 보드카에 반드시 곁들여 마시는 빨간 쥬스.
크랜베리 쥬스 같은 건데 신선한 쥬스가 아니라 분말 쥬스 같은 느낌이다.
개인에 따라 보드카 마시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라고..
메인디쉬로 선택한 생선요리.. 인데 감자가 제일 맛있었다. (그럴 줄 알았어)
점심에는 러시아 전통 만두인 Pelmini 를 사워크림(스미따나)에 비벼;;먹었는데
카메라가 없어서 사진을 남길 수 없었다. ㅠ.ㅜ
하여간 고기함량 100%인 만두였지만 나쁘지 않았던 기억이다.
디저트로 여러 명이 주문한 아이스크림.
(높으신 분들은 의외로 커피 같은 걸로 깔끔하게 마무리하기보단 아이스크림.을 좋아라 하심)
퍼석퍼석해서 그냥 맛만 보고 숟갈 내려놓음

이런 황량한 역에서 때아닌 소낙비를 맞으며 기차를 기다리다가..
모스크바로 돌아가는 TSR에 탑승했다. 이건 올 때 탔던 특별열차가 아닌
일반적인 열차의 특실이라는데.. 저 침대의자나 커튼의 커버 색 외에는 별 차이를 모르겠다.
러시아에서는 짙은 푸른 색을 더 고급으로 쳐 주나보다.;;

다행히 저녁을 먹고 타서, 또 저녁을 먹으라는 요구는 없었다.
올 때 탔던 기차보다 더욱 극악한 화장실 사정을 보고는 아예 물을 안 마시기 시작했다;;
잠을 잔 건지 기절한 건지 모르게 자다 깨다, 컴터 켜고 일하다를 반복..
모스크바 도착하기 전에는 배고파서 수분보충 겸 사과에 초코과자 하나 먹어줬다.

이상한 점은 똑같은 환경에서 여행 중인 러시아 사람들은
매우 편하고 우아해 보인다는 점이다..;;

왕복 32시간 기차 탄 끝에 드디어 돌아온, 천국과도 같은 모스크바!
찌는듯한 날씨도, 그저 호객 중인 택시기사마저도 천사처럼 보이는구나!!!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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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ㅇㅡㅁ 2010/03/16 20:37 # 삭제

    당신 고생 깨나 했구먼
  • 점장님 2010/03/18 11:15 #

    옛설..
  • 홈요리튜나 2010/03/17 16:17 #

    그래도 디저트라고 새콤한 과일을 곁들여 먹는군요ㅎㅎ
    식기나 의자에 문양이 들어가 있음에도 남성적인 느낌이예요..
  • 점장님 2010/03/18 11:18 #

    저런 푸른색을 프러시안 블루라고 하죠 아마.. 아주 아름다운 색깔이에요.
    지금 와서야 하는 생각이지만요 (러시아 있을 당시에는 아주 그냥 정신이 없어서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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